같은 시간을 들여 학습해도 어떤 방식은 한 달 뒤에 거의 남지 않고, 어떤 방식은 1년 뒤에도 남는다. 그 차이를 만드는 두 가지 학습 원리가 있다.
분산학습이 가리키는 것
분산학습(spaced practice)은 같은 내용을 한 번에 몰아서 공부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나눠 학습하는 방식이다. 1885년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 실험 이후 100년 넘게 반복적으로 검증된 학습 원리 중 하나로 꼽힌다.
몰아서 한 번에 학습하는 방식(이른바 cramming)은 직후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만들 수 있지만, 며칠이 지나면 빠르게 잊힌다. 같은 시간을 며칠에 걸쳐 분산하면 단기 점수는 약간 낮을 수 있어도 장기 기억의 양이 훨씬 크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었다.
분산학습이 효과적인 이유로는 여러 가설이 제시되었다. 한 가지는 매번 회상할 때 정보를 다시 인출하는 부담이 기억을 강화한다는 인출 강화 가설이다. 다른 한 가지는 같은 정보를 다른 맥락에서 다시 마주치며 맥락적 단서가 다양해진다는 가설이다. 두 메커니즘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인터리빙이라는 다른 한 가지
인터리빙(interleaved practice)은 한 주제를 끝까지 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대신, 서로 다른 주제를 섞어서 연습하는 방식이다. 수학에서 같은 종류의 문제를 30개 푸는 것과 다른 종류의 문제 세 가지를 10개씩 섞어 푸는 것의 차이가 인터리빙의 전형적 비교다.
인터리빙은 연습 중에는 같은 종류를 몰아서 푸는 방식보다 어렵게 느껴진다. 정답률도 단기적으로 낮게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새 문제를 풀어보면 인터리빙으로 학습한 쪽이 더 잘 푸는 결과가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이유는 인터리빙이 본인에게 매번 '이 문제가 어떤 종류의 문제인지'를 다시 판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같은 종류만 풀면 그 판단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풀이를 적용할 수 있지만, 실제 시험이나 일상에서는 문제의 종류가 미리 분류되어 오지 않는다.
둘이 같이 작동하는 자리
분산학습과 인터리빙은 서로 다른 원리지만 같은 방향을 향한다. 둘 다 단기적으로는 학습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장기적으로 더 잘 남게 만든다. 이른바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y)' 개념의 두 사례에 해당한다.
- 한 번의 긴 학습을 짧은 여러 회로 나눈다 — 한 시간을 한 번 쓰는 것보다 20분을 세 번으로 나누는 편이 장기 기억에 유리하다.
- 학습 주제를 섞어 배치한다 — 같은 과목 안에서도 단원을 섞고, 다른 과목끼리도 섞어 배치한다. 학습 순서 자체가 학습의 한 요소가 된다.
- 회상을 시도한 뒤 책을 다시 본다 — 같은 분산이라도 한 번씩 책 없이 회상해 보고 책으로 검증하는 흐름이 회상 없이 다시 읽는 흐름보다 효과가 크다.
- 단기 점수가 낮아 보여도 끊지 않는다 — 인터리빙 초기에 정답률이 낮은 것은 정상 신호다. 단기 점수가 학습 효과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본인이 다시 확인한다.
분산과 인터리빙이 안 맞는 자리
이 원리들이 모든 학습에 똑같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처음 익히는 단계에서는 같은 종류를 일정 시간 연속해서 다루는 편이 더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 인터리빙은 기본 개념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뒤에 도입할 때 효과가 가장 크다.
또 시험이 일주일 앞이라면 분산학습의 효과를 누리기에는 이미 시간이 부족하다. 그 경우엔 분산 대신 인출 연습(직접 회상)을 늘리는 편이 같은 시간에 더 큰 효과를 낸다. 어떤 원리도 만능이 아니라 맥락에 맞춰 도입해야 한다는 점은 여기서도 같다.
정리
분산학습과 인터리빙은 같은 학습 시간이라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학습이 장기적으로 더 잘 남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학습에 대한 본인의 직관을 한 번 재교정하는 단서가 된다.
오늘 시도해볼 한 가지가 있다면, 이번 주에 학습할 한 주제를 골라 한 번에 두 시간 대신 30분 네 번으로 쪼개 배치해 보는 것이다. 같은 주제를 다른 주제와 한 번씩 섞어 배치하면 두 원리가 동시에 작동한다.